포용적 예술이 남긴 질문들(3) 엔진 룸: 창작 과정 들여다보기
- Soohye JANG
- Feb 10
- 3 min read
본 글은 장수혜 박사논문 Multidimensional Impact of Inclusive Arts: On Creative Process, Audience Experience, and Organizational Change (포용적 예술의 다면적 영향: 창작과정, 관객경험, 조직변화를 중심으로)를 우리말로 요약 정리한 버전입니다.
엔진 룸: 창작 과정 들여다보기 (논문 5.1 The Engine Room: Inside the Creative Process 해)
1. 미시 정치적 교환: 충돌에서 시작된 '생산적 실패'
<카메라 루시다>의 협업은 예상치 못한 난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한국 창작팀(프로젝트 이인)은 2023년에 캐나다 내셔널액세스아트센터(NaAC)와의 리서치를 통해 3일간의 워크숍을 시도했고 단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레퍼토리 내의 방법론들을 적용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이 접근은 캐나다 국립장애예술센터(NaAC) 소속 예술가들의 작업 방식과 정면으로 충돌했습니다. 그들의 예술은 정형화된 안무가 아닌, '예술가 주도의 창작'과 '표현'을 중시하는 북미 장애 예술 운동의 역사에 뿌리내리고 있었으며 서로 다른 정체성과 배경을 가진 예술가들의 맥락, 신경다양성으로 각 예술가들의 개별성과 충돌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국제협업이라는 시간적, 장소적 제약은 협업에 큰 장벽이 되었습니다. 논문은 이 충돌을 단순한 방법론의 차이가 아닌, 두 개의 서로 다른 '문화-예술적 패러다임' 사이의 '미학적 마찰'로 분석합니다. 그 결과 워크숍은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창작자들의 깊은 "피로감"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창작자들은 이 결과를 단순한 실패로 규정하지 않고, 오히려 협업 방식 전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였습니다. 논문은 이와 같은 중요한 전환점, 즉 '생산적인 실패(productive failure)'를 포용적 예술실천의 주요한 과정으로 분석합니다. (3.2.1. Preliminary Research: How Inclusive Artmaking Works)

2. 새로운 길 찾기: 각자의 '우주'로 들어가다
이 '생산적인 실패' 이후, 창작팀은 방법론을 전면 수정하여 '예술 기반 연구(Arts-Based Research)'와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법을 도입했습니다. 정해진 안무를 가르치는 대신, 각 예술가의 고유한 세계, 소통 방식, 그리고 체화된 언어를 이해하는 것으로 목표를 전환한 것입니다. 창작팀은 워크북과 디자인 프로브(design probes)를 활용해 각 예술가의 '우주' 속으로 깊이 들어갔습니다.
• 참여 예술가 A: 자폐를 자신의 '슈퍼파워'로 재정의했으며, '회전(spinning)'을 핵심적인 자기표현의 실천으로 삼았습니다.
• 참여 예술가 B: 비언어적 소통을 주로 사용하며, 한 번 본 안무를 정확히 기억하는 강력한 '운동감각적 기억(kinesthetic memory)'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 참여 예술가 C: 늘 장난스러웠던 모습과는 달리 뛰어난 집중력을 보여주었습니다.
• 참여 예술가 D: 백스트리트 보이즈와 같은 팝 아티스트에 대한 깊은 애착을 보여주며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번 반복하더라도 같은 행복한 에너지를 표출합니다.

이제 창작의 목표는 안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각 예술가가 가진 고유한 '문법'을 해석하고 무대 위
에서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내는 것이 되었습니다.
3. '돌봄의 시학': 예술의 핵심이 된 돌봄과 관계
작품 <카메라 루시다>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접근성과 돌봄이 부가적인 서비스가 아니라, 공연의 핵심적인 미학이자 구조로 통합되었다는 점입니다. 예술가들은 이를 '돌봄의 시학(Poetics of Care)'이라고 명명합니다. 이는 돌봄과 관계 맺음이 예술적 표현의 중심이 되는 것을 의미하며, 구체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 무대 디자인: 정사각형 무대 바닥에 색깔 있는 별 모양 스티커와 이를 비치는 조명을 설치하여 예술가들에게 안정감과 명확한 동선 신호를 제공했습니다.

• 관객 참여: 관객이 자막을 직접 소리 내어 읽도록 요청함으로써, 관객의 참여가 공연의 필수적인 기능이 되도록 설계했습니다.

• '크립 타임(Crip Time)'의 수용: 공연 중간 휴식 시간에 참여 예술가 A가 스스로 안정을 찾
기 위해 회전하는 행위를 '공연'이 아닌, 자기 조절과 휴식이라는 진정한 모습 그대로 무대 위에 올렸습니다.

• 의상 디자인: 시작 동작을 어려워하는 의상디자이너는 참여 예술가 B를 위해, 신발에 작은 인형을 달아주어 시각적 신호이자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장치로 활용했습니다.
이 외에도 연출적 요소를 활용하여 시각, 음향 장치를 무대위 예술가들과 관객을 위한 돌봄의 장치로 작동시켰습니다.
포용적예술의 다면적 영향: 창작과정, 관객경험, 조직변화
이 글은 연구자의 박사논문을 압축한 요약본 시리즈입니다. 창작과정의 미시정치, 관객조사 방법론, 조직변화 분석, 변화이론(Theory of Change) 모델의 실증적 적용 등 더 깊이 있는 내용은 논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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