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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적 예술이 남긴 질문들(4) 공명하는 만남: 관객은 무엇을 경험했는가?

  • Writer: Soohye JANG
    Soohye JANG
  • Feb 10
  • 3 min read

본 글은 장수혜 박사논문 Multidimensional Impact of Inclusive Arts: On Creative Process, Audience Experience, and Organizational Change (포용적 예술의 다면적 영향: 창작과정, 관객경험, 조직변화를 중심으로)를 우리말로 요약 정리한 버전입니다.


공명하는 만남: 관객은 무엇을 경험했는가? (논문 5.2. The Resonant Encounter: The Audience Experience 해당)

 

1. 박수 대신 찾아온 '이상한 침묵'

공연 직후의 반응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작품은 티켓오픈 2주만에 전석매진을 이뤘고, 아티스트토크에는 관객의 90%이 남아서 대화에 참여했습니다. 심지어 대화시간이 모자라 열었던 오픈 카톡방에는 이틀 후까지 관객들이 남아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관객과의 대화 후 예술가들의 만족스런 포옹
관객과의 대화 후 예술가들의 만족스런 포옹

하지만 이상하게도 SNS 상에서는 '기이한 침묵(Strange Quiet)'이 감지되었습니다. 객석에는 뜨거운 박수나 즉각적인 소셜 미디어 반응 대신 '이상한 침묵'과 약간의 혼란스러운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초기 예술가들이 워크숍에서 겪었던 실패의 경험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서 한 비장애인 관객은 창작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저는 '실패'라는 단어는 비장애인의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작업한 댄서들에게 무례한 표현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이에 창작자들은 기존 안무 방식의 '실패'야 말로 이 작품이 의도한 미학적 목표였으며, 바로 그 실패를 통해 새로운 예술 언어를 공동으로 창조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이와 같은 예술가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언어화하기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즉, 이 기이한 침묵은 관객들이 공연을 단순히 소비한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곱씹으며 깊은 사유를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신호였습니다.


관객 중 한 분이 공연감상 대신 남겨주신 시 <의미의 안쪽>
관객 중 한 분이 공연감상 대신 남겨주신 시 <의미의 안쪽>

 


2. 시간이 흐른 뒤: 윤리적 성찰과 새로운 미학의 발견

공연 후 6~9개월이 지나 실시된 관객 설문조사와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 결과는 이 공연이 남긴 장기적인 파장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연구에서는 Brown & Ratzkin(2011)의 ‘임팩트 에코(Impact Echo)’를 실증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지연된 관객조사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Arc of Audience Engagement (Brown & Ratzkin, 2011) (논문 p. 30)
Arc of Audience Engagement (Brown & Ratzkin, 2011) (논문 p. 30)

'임팩트 에코'는 관객의 의미생성 과정 중 가장 마지막 단계로 예술참여(공연, 전시관람 등)를 하고 난 뒤 몇 일, 몇 주, 혹은 평생동안 기억에 남거나 남지 않는 예술 경험의 영향력을 의미합니다. 기존 예술 영향력연구에서 오페라나 발레단의 공연을 관람한 뒤 나타난 ‘관객의 매료와 감정적 몰입’, ‘미적 발전 및 창의적 자극’, ‘지적 자극 및 학습효과’, ‘사회적 연결 및 문화적 통찰’과 같은 항목을 기준으로 연구가 전개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Reason (2008)이 언급했듯이 장애예술 관객들은 기존의 오페라, 발레의 관객들과는 다른 관람의 형태를 나타냅니다.


즉, 본 연구에서는 포용적 예술의 경우 관객의 반응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러한 영향들은 단기적인 반응으로는 추적하기 어려움을 고려하여 장단기적 영향력을 조사했습니다. 이를 위해 관객설문조사와 비디오유도(Video Elicitation)테크닉을 활용한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아래는 관객설문조사에서 발견된 워드 클라우드입니다. 즉, 기존 영향력 연구에서 제시되었던 매혹과 감정적 몰입과 같은 항목에서는 기쁨이나 행복과 같은 단어들도 제시됐지만 관객 스스로의 완벽하지 않음 혹은 취약성을 공유했다 라는 언급들도 있었습니다. 

 


이후, FGI를 통해 다음 세 가지의 핵심적인 내용을 발견했습니다.


①      윤리적 자기 심문: 관객들은 자신의 시선에 대해 강렬하게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박수가 예술성에 대한 찬사인지, 아니면 장애에 대한 시혜적 동정이었는지를 고뇌했습니다. 이 '불편함'은 우연한 부산물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돌봄의 시학'이 의도적으로 가시화된 결과였습니다. 공연은 관객을 공동의 윤리적 공간으로 초대하여, 자신의 시선을 성찰하게 만드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②      새로운 예술적 탁월함의 정의: 관객들은 기술적 완벽함을 넘어섰습니다. 그들은 진정성, 즐거움, 그리고 각 예술가의 고유한 신체성을 이 공연의 가장 위대한 강점으로 평가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참여 예술가 A의 회전하는 장면을 '걸작(masterpiece)'이라고 칭하며, 새로운 미학적 가치를 발견했습니다. 이는 기존의 평가 척도로는 포착할 수 없는 성공입니다.


③      관객성의 확장: 이 경험은 관객들로 하여금 '누가 예술을 정의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했습니다. 그리고 더 포용적인 예술 세계를 만드는 데 있어 관객 자신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습니다.


이와 같은 영향력을 논문에서는 비판적 영향(Critical Impact)이라는 새로운 지표로 제시합니다.



포용적예술의 다면적 영향: 창작과정, 관객경험, 조직변화


이 글은 연구자의 박사논문을 압축한 요약본 시리즈입니다. 창작과정의 미시정치, 관객조사 방법론, 조직변화 분석, 변화이론(Theory of Change) 모델의 실증적 적용 등 더 깊이 있는 내용은 논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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